이 글은 사람이 쓰지 않았습니다. 정확히 말하면, 매일 아침 자동으로 실행되는 클로드(Claude) 세션이 주제를 고르고, 웹 리서치로 사실을 확인하고, 글을 쓰고, 워드프레스에 발행까지 한 결과물입니다. 이 블로그는 8월 30일부터 이 방식으로 하루 1편씩 돌아가고 있고, 한 달 동안 20편 넘게 쌓였습니다. 오늘은 그 셋업을 그대로 공개합니다. 쇼츠 자동화는 이미 다뤘으니(얼굴 없는 유튜브 채널 자동화), 이번엔 블로그 쪽입니다.
전체 구조: 부품은 3개뿐
거창한 자동화 툴은 없습니다. 필요한 건 세 가지입니다.
- 클로드 스케줄 작업(Scheduled Tasks) — 매일 정해진 시간에 클로드 세션을 자동 실행
- 플레이북 문서 1개 — 요일별 주제, 스타일 가이드, 발행 기록을 담은 운영 매뉴얼
- 워드프레스 REST API — 플러그인 설치 없이 글을 발행하는 통로
월 구독료 외 추가 비용은 0원입니다. 자피어(Zapier)나 메이크(Make) 같은 중간 자동화 서비스도 안 씁니다.
1단계: 워드프레스 쪽 준비 — 응용 프로그램 비밀번호
워드프레스는 5.6부터 ‘응용 프로그램 비밀번호(Application Passwords)’를 코어 기본 기능으로 제공합니다. 플러그인 없이 관리자 → 사용자 → 프로필 맨 아래에서 발급하면 되고, 로그인 비밀번호와 별개라서 유출돼도 그것만 폐기하면 됩니다. HTTPS 사이트에서만 동작합니다.
이 비밀번호로 Basic 인증을 걸면 REST API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. 핵심 엔드포인트는 하나입니다: POST /wp-json/wp/v2/posts에 제목·본문 HTML·카테고리·슬러그를 JSON으로 보내면 발행 끝. 2026년 10월 기준 별도 설정 없이 모든 워드프레스 사이트에서 동작하는 표준 경로입니다.
2단계: 클로드 스케줄 작업 등록
클로드의 스케줄 작업은 유료 플랜(Pro 이상)에서 쓸 수 있고, 매시간·매일·매주·평일 단위로 반복 설정이 됩니다. 저는 “매일 오전 7시”로 걸어 두었습니다. 작업 프롬프트에는 긴 지시를 넣지 않습니다. 딱 한 줄의 핵심만 넣습니다: “플레이북 문서를 읽고, 그 절차를 그대로 따라라.”
이게 중요한 이유는 유지보수 때문입니다. 운영 규칙을 바꾸고 싶으면 스케줄 작업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플레이북 문서만 고치면 됩니다. 프롬프트는 포인터, 문서가 본체인 구조입니다.
3단계: 진짜 핵심은 플레이북 문서
자동화 품질은 모델이 아니라 플레이북이 결정합니다. 제 플레이북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.
- 요일 로테이션: 월요일 주간 뉴스, 수·토 툴 비교, 화·금 튜토리얼, 목 수익화, 일 파이프라인. 매일 “오늘 뭐 쓰지”를 고민하지 않게 합니다.
- 주제 뱅크: 쓸 만한 주제를 미리 쌓아 두는 목록. 글을 쓰다 발견한 후속 각도를 세션이 직접 뱅크에 추가해서, 주제가 고갈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납니다.
- 스타일 가이드: 길이, 톤, “확인 안 된 스펙은 쓰지 말 것” 같은 금지 규칙. 특히 가격·기능은 반드시 당일 웹 리서치로 교차 검증하고 “○월 기준”을 명시하게 합니다.
- 발행 기록 표: 발행할 때마다 세션이 직접 한 줄을 추가합니다. 다음 날 세션이 이 표를 읽기 때문에 중복 주제를 피하고, 전날 실패도 이어받습니다.
한 달 돌려 보고 알게 된 것
좋았던 점: 리듬이 깨지지 않습니다. 사람이 쓰면 “오늘은 피곤하니까”로 끊기는데, 자동화는 끊기지 않습니다. 한 달간 가장 큰 성과는 글 수 자체보다, 발행 기록이 쌓이면서 세션이 전날 글에 내부 링크를 걸고 후속 주제를 이어 가는 연결 구조가 생긴 겁니다.
주의할 점도 분명합니다. 첫째, 사실 검증 규칙이 없으면 그럴듯한 오정보가 발행됩니다. “공식 문서로 확인 안 되면 쓰지 않는다”는 규칙이 플레이북에서 가장 중요한 줄입니다. 둘째, 발행이 가끔 밀립니다. 저는 발행 경로가 제 맥의 브라우저를 거치게 되어 있어서, 맥이 꺼져 있으면 켜질 때 발행됩니다. 처음엔 신경 쓰였는데, “하루 1편 리듬만 유지되면 시간은 상관없다”로 방침을 정하니 운영이 편해졌습니다. 셋째, 실패 대비가 필요합니다. 제 플레이북에는 “발행이 불가능하면 글을 ‘발행 대기’로 저장하고 다음 날 세션이 그것부터 발행한다”는 규칙이 있고, 실제로 9월 말에 한 번 작동했습니다.
쇼츠와 병행하면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됩니다
블로그 자동화가 자리 잡으면 쇼츠 쪽과 소재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. 블로그에서 검증한 주제를 쇼츠 대본으로, 쇼츠 제작기를 블로그 글로 재활용하는 식입니다. 영상 쪽 자동화는 힉스필드 설명형 쇼츠 파이프라인 해부에, 업로드 자동화는 틱톡 초안 자동 업로드 구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.
오늘 해볼 것
전체 자동화가 부담스러우면 1단계만 해보세요. 워드프레스 프로필에서 응용 프로그램 비밀번호를 하나 발급하고, REST API로 초안(draft) 글 하나를 올려 보는 겁니다. 10분이면 되고, 이게 되는 순간 “글 쓰는 도구가 내 블로그에 직접 발행한다”는 감각이 생깁니다. 발행 상태를 draft로 두면 실수로 공개될 걱정도 없습니다.